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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생활기] 3회: 학부와는 다른 로스쿨 수업?

Seju Cristo 2017. 12. 17. 16:45
로스쿨 수업은 학부와는 겹치는 과정이 많았다. 로스쿨은 일반 대학의 법학과와 달리 직업전문학교이므로 원칙적으로 다른 내용의 수업이 진행되어야 했다. 일반 대학이나 대학원이 학문을 목적으로 한 강의라면 로스쿨은 실제 변호사 업무에 사용할 수 있는 산 지식을 전해주는 형태의 강의가 되어야 함이 원칙이다. 그러나 학부 강의를 담당하는 교수나 로스쿨 수업을 담당하는 교수나 그 구성면에서 차이가 없었다.
 
로스쿨 인가를 받기 위해 외부에 있는 법조인 출신의 전문강사를 몇 명 교수로 영입한 것을 제외하고는 학부 수업의 재탕이었다. 그러다 보니 법학과 출신들의 불만이 컸다. 학부 때 기본 법률 과목을 들은 사람들은 로스쿨 과목 중 같은 내용의 기본과목은 이수한 것으로 해달라는 주장을 했다.
 
내가 다니던 로스쿨에서도 이를 받아들여 동종 수업의 면제제도를 인정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실상은 속임수가 있었다. 이수를 인정받으려면 그 과목에 대한 시험을 보아 통과되어야 했는데 시험날짜를 수강신청 날짜와 같은 날로 잡아버려 실제로 학생들의 시험응시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수면제가 되면 듣는 학점 수가 작아져 수업료를 감면해줘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생은 학부 때 들었던 과목도 다시 듣게 되었다.
 
우리 학교는 소규모 학교라 같은 과목에 분반이 2개 밖에 없다. 그런데 쏠림현상이 벌어져 그 중 1개 분반은 수강인원이 거의 없고, 나머지 1개 분반은 강의실에 의자가 없을 정도로 수강인원이 넘쳐났다. 학교 측에서는 이를 막으려고 수강인원을 제한 했지만 학생들이 들고 일어나 행정실에다가 질 나쁜 수업은 듣지 않겠다고 데모를 해댔다. 그래서 스트레스에 시달리면 행정실 직원은 어쩔 수 없이 수강인원 제한을 없애 버렸다. 그러자 강의실에 앉을 의자가 없어 강의 시작 2~3시간 전부터 자리 경쟁이 벌어졌고 자리를 잡지 못한 사람들은 강의에 들어오지 않거나 서서 들어야 했다. 이게 다 소규모 로스쿨과 시설 조건이 열악한 학교에 인가를 해준 정부로 인해 벌어진 사태였다.
 
1학년 1학기 수업을 들어보니 학부 야간 학부 학생들이 듣는 수업과 로스쿨 학생들이 듣는 수업이 완전히 똑같았다. 보는 교재도 똑같고 시험 문제도 거의 비슷했다. 그러다 보니 자교 출신 학생들이 엄청나게 유리했다.
 
일부 교수는 수업시간을 자기 교재를 만들고 팔아먹는데 악용하기도 했다.
 
한 교수는 시험 평가를 자기 책을 만드는데 활용했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교재로 쓸 원고 초안을 배포한 뒤 학생들이 팀을 만들어 틀린 것을 교정하고 관련 판례가 몇 회 무슨 국가고시에 나왔는지를 주석을 달게끔 했다. 그런 뒤에 서로서로 상대 팀에 대하여 점수를 매기게 하여 그 결과로 시험을 대체하였다. 수정된 원고는 취합하여 자신의 교재로 만들어 다시 학생들에게 팔았다.
 
또 한 교수는 학생들에게 문제를 만들어 오게 한 뒤 이 문제를 중간고사 문제로 그대로 내었는데, 동료들 말로는 그 문제들을 선별하여 자신의 문제집을 출판하려 한다는 소문도 돌았다.
 
악명 높은 교수가 또 하나 있었는데 이 사람은 5만원짜리 백과사전식 교재를 학생들에게 한 학기에 2번씩 팔아먹었다. 자기가 쓴 논문과 외국 논문을 조합해서 만들었는데 아무도 그책을 보려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 책에서 시험문제를 그대로 베껴내어 그 책을 사지 않은 사람들은 D학점을 주어 유급을 받게 했다.
 
첫 수업부터 우리는 파행으로 치닫는 로스쿨 수업을 목겼했다. 법조계에 대하여 환멸이 느껴졌다. 계속 로스쿨을 다녀야 하나...하지만 국가와 학교에서 1억만 있으면 누구나 다 변호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시골까지 내려왔는데 어쩌랴...참고 다니기로 했다. 원래 학생처럼 힘이 없는 사람은 없질 않은가!
 
-다음 회에서 계속